2022. 10. 10. 14:57ㆍ일본 교환학생/#3. Tokyo_Life
D+15
2018년 4월 2일, 월요일
메지로대학 교환학생 입학식
ATM을 찾아 헤매다
낮에 많이 더웠던 날. 이날의 날씨는 마치 초여름 날씨 같았다.
대망의 교환학생 입학식. 누군가에게 나는 1년 후에 떠나는 외국인이다. 하지만 이 학교만큼은 나를 정식 학생으로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극진한 대접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 생에 또 입학식이 있을까 싶었는데, 있네. 다음 주부터 시작될 봄학기를 마주하며 마음을 가다듬게 되는 시간이었다.
입학식을 마친 후, 현금을 인출하러 나섰다. 그리고 ATM을 찾아 외로이 헤매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만들어 온 체크카드로 1만 엔 이상의 현금을 인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로손 ATM, 세븐일레븐 ATM, 다 인출이 안 됐다. 3기숙사 뒤쪽의 신주쿠 니시오치아이 우체국 ATM에서 겨우 성공했다. 결론은 우체국이 최고다.
기숙사에 돌아와서 자격외활동허가신청서를 작성했다.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은 아직 세워두지 않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어찌 흘러갈지 모르는 부분도 있으니 신청해서 나쁠 건 없겠다.
메지로대학에서의 봄학기 시간표도 확정. 정정기간에 조금씩 바뀌는 부분도 있겠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으리라 본다.
교환학생으로 도쿄에 오기 전후로 즐겨 듣는 노래들이 몇 곡 있다. 여러모로 많이 소중한 곡들이다. 그 노래들은 언제나 나에게 긍정의 힘을 전한다. 오늘은 왠지 여느 때보다 그 밝은 에너지를 더 고스란히, 그리고 더 많이 전달받고 싶었던 하루다.
D+16
2018년 4월 3일, 화요일
신기하고도 신기하다, 유쵸은행 계좌 개설!
에비스에서의 시간 - 도쿄도사진미술관,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타워
오늘은 은행 계좌를 만들기로 한 날이다. 모교 학우들과 오후 1시에 학교 정문 앞에서 모여 우체국으로 향했다. 3기숙사 근처에 있는 '신주쿠 니시오치아이 우체국'으로 갔다.
은행 창구 직원분의 차분한 안내와 함께 성공적으로 은행 계좌를 만들었다. 계좌를 만들기 위해선 총 세 장의 서류를 작성해야 했는데, 어떤 칸을 체크해야 하는지 혹은 작성해야 하는지 직원분께서 다 알려주셨기에 헤맬 일이 없었다.
은행 업무를 다 마친 후에는 봄학기 개강을 앞두고 에너지도 충전하고, 또 마침 새로운 달도 시작되었으니 새로운 전망대에도 가볼 겸 에비스로 향했다.
에비스에서의 본격적인 일정은 '아트레 에비스(アトレ恵比寿)'에 있는 무인양품에서 영감노트용 노트 두 권을 사는 것으로 시작했다. 언제 어디로든 간편하게 들고 다니며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을 메모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괜찮은 노트라고 판단했다.
에비스 역에서부터 그다음 행선지로 내딛는 걸음이 제법 가벼웠다. 걷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쿄도사진미술관이었다. 전시회를 관람했다. 입장료는 700엔.
도쿄도사진미술관를 나서서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타워' 38층에 위치한 전망대, '스카이 라운지'로 향했다.
(*이날의 전망대 여행은 따로 기록해 둔 바가 있다.)
[도쿄 전망대 여행] #2. 2018년 4월의 전망대 :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스카이 라운지
[유스의 도쿄 전망대 여행] #2. 2018년 4월의 전망대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스카이 라운지 2018년 4월 3일에 혼자 다녀왔다. 봄학기 개강을 일주일 앞둔 만큼, 몸과 마음의 에너지도 충전할 겸 4월 전
yusarchive.tistory.com
전망대에서 도쿄의 풍경을 마음껏 만끽한 후에는 '아멜리 에 케이(Amelie et K)'라는 카페에 갔다. 일본에 오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개인 카페도 많이 가 보고 싶었다. 내가 주문한 음료는 아이스 라테. 카페 사장님께서 벚꽃 모양의 쿠키를 서비스로 주셨다. 너무 달지도 않고 부드러운 맛이 매력적인 쿠키였다. 이 카페만의 따뜻함은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마침 저녁을 먹을 때가 돼서 그간 말로만 들어왔던 '아후리라멘'에 갔다. 유자가 들어간 '유자라멘'이 유명한 곳이기에 '유자 시오 라멘(柚子塩ラーメン)'을 먹어 보았다. 한 번쯤 먹어 볼 만한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불호를 따졌을 땐, 생각날 때마다 먹을 만큼의 호(好)는 아니었다. 그냥 한 번 먹어 본 걸로 만족한다.
새삼 시간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에 떠밀리지 않고 시간의 물살을 거슬러 온전히 나로서 살아가고 싶다. 오늘 에비스에서의 시간을,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한 다짐과도 같은 여정의 시간으로 기억할 듯하다. 'やる気(의욕)' 충전 완료!
그리고 오늘 하루를 마치기 전에는 나에게 물었다.
'네가 원하는 사진을 찍고 있어?'
'네가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
'네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그것에 집중하고 있어?'
'네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어?'
D+17
2018년 4월 4일, 수요일
별게 다 즐겁고, 별게 다 행복하다
건강 검진, 한국에서 온 첫 EMS, NEXT 친구와의 신주쿠 나들이
나는 확실히 들었다. 모기가 우는 소리를. 아니, 아직 4월 시작한 지 나흘밖에 안 됐는데?
학교 공식 일정과 개인 일정, 그리고 깜짝 이벤트(?)까지 모두 있던 날이다. 일단, 반가운 서프라이즈로 하루를 시작했다. 바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EMS가 온 것이다.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택배였다. 일전에 부탁드렸던 JLPT 교재와 화장품이 들어 있었고, 그 외에도 다양한 먹거리가 들어 있었다. 특히나 나를 기쁘게 했던 음식은 바로 불닭볶음면이다. 불닭볶음면 특유의 매운맛을 수혈할 수 있게 되어 왠지 마음이 든든해졌다.
학교 공식 일정은 바로 건강 검진이었다. 메지로대학 측에서 유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건강 검진을 받고 왔다. 키, 시력, 청력 등의 검진 항목과 그 결과를 기록하는 종이(수진표, 受診票)를 들고 교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검진을 받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오늘 하루의 마지막을 장식할 개인 일정은, 바로 메지로대학 유학생 서포터즈 NEXT 친구와의 저녁 약속이었다. 나의 NEXT 친구는 나와 모교 동생 한 명을 케어하고 있었다. 개강 전에 셋이서 한번 만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렇게 오늘 대망의 첫 모임을 가졌다.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철판 요리를 먹기로 결정했다. 오코노미야키와 몬쟈야키, 야키소바를 먹었다. NEXT 친구가 척척 만들어 줬다. 대단해!
별게 다 즐겁고, 별게 다 행복한 요즘이다. 앞으로 또 이런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D+18
2018년 4월 5일, 목요일
나는, 찾는다, 전자사전을, 아키하바라에서
날이 흐리고,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다. 살짝 추웠지만, 더운 것보다는 낫다.
모교 동생과 함께 아키하바라에 다녀왔다. 목적은 단 하나, 전자사전이었다. 학부 수업에서 사전을 이용하고자 할 때, 스마트폰은 사용할 수 없지만 전자사전은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전자 제품' 하면 역시 아키하바라가 아닌가. 중고 제품이라도 있는지 찾아보고자 직접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면, 빈손이다. 전자사전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는데, 전부 나에겐 너무 비싼 가격대였다.
돌아다니느라 소진된 체력과 당을 충전하기 위해, 지난번에 방문했던 팬케이크집에 또 다시 방문했다. 이번에는 말차 팬케이크를 주문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양이 많았다. 든든하게 당 충전을 하고 나서 다시 호기롭게 아키바 곳곳을 다니며 전자사전을 찾아보았지만, 결국 마땅한 물건을 찾지 못했다. 무인양품에 들러서 필통을 하나 사는 걸로 오늘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국에서 전자사전 챙겨올 생각을 왜 못 했을까 싶다. 개강이 코앞인데, 나에게는 아직도 사전이 없다. 오후 내내 아키바에서 발품을 팔았지만 결국 마땅한 물건을 찾지 못했다. 전자사전을 구비하지 못한 유학생에게 지금의 상황은 마치 폭풍전야의 순간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된 이상 그냥 개강 전까지 하루하루를 즐겨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개강 이후의 내가 어떻게든 잘 해내겠지.
D+19
2018년 4월 6일, 금요일
거친 바람을 뚫고 우체국을 향하여
매섭게 부는 바람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에 방을 환기시키려 창문을 열었는데, 얼마 못 가 창문이 혼자 '도로록' 하고 닫히는 걸 봤다. 그리고 닫힌 창문의 틈새로 황소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아직 장마철도 아니고, 심지어 4월 초인데 이렇게까지 바람이 세게 불어도 되는 건가 싶었다.
그 거센 바람을 뚫고 오치아이 우체국(落合郵便局)에 다녀왔다. 기숙사에서 일본에 살면서 한 번쯤은 우체국으로부터 부재중 종이를 받으리라 예상했는데, 그게 어제일 줄은 몰랐다. 내가 기숙사를 비운 사이에 마이넘버 카드가 도착했던 것이다.
무사히 우체국에 도착해 창구에서 우편물을 받았다. 이때 직원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의 일본어 실력을 다시금 체감했다. 직원분이 하시는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결국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はい(하이, '네'라는 뜻)'로 무마한 부분이 많았다. 일본어를 잘하려면 아직 멀었다. 갈 길이 구만 리다. 더 열심히 배우며 익히고 싶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라이프에서 드라이기를 샀다. 가격은 1220엔. 1년 동안 나의 두피와 머리카락을 잘 부탁해.
기숙사에 돌아와서 야마노테선 투어 계획을 세웠다. 나에게는 계획을 세우며 얻는 즐거움이 꽤나 크다.
D+20
2018년 4월 7일, 토요일
나카이 주민분들과 함께하는 시간
모교 학우들과 신오쿠보에서 떡볶이 수혈 완료
도쿄에 정착한 지 오늘로 스무날째다. 디데이의 숫자가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늘어나더니, 어느새 십의 자리 수마저 1에서 2로 바뀌었다. 시간 참 빠르다.
오늘은 햇빛이 별로 없었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좋았다. 선들선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앞으로의 날씨도 오늘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동네 주민들이 다함께 모여 떡메를 치고 말랑말랑한 떡을 만들어 먹는 행사인 '모치츠키 대회(餅つき大会, 떡메 치기 행사)'. 지난주 오리엔테이션 때, 우리 교환학생들이 거주하는 동네인 나카이(中井)에서 이 행사를 진행한다는 공지를 접했다.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모교 학우들과 함께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동네 어르신들께 떡고물과 관련된 표현도 하나 배웠다.
いい塩梅![いいあんばい]
번역하자면 '좋다!' 정도가 되겠다. 기분이 좋거나 어떠한 상황이 괜찮을 때 쓰는 표현이다. 언어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나에게 이런 정보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유익하다.
9호관 1층 라운지에 자리를 잡고, 모치츠키 대회에서 받아 온 떡을 먹으며 허기를 채웠다. 세 가지 맛 중에 검은색 고물에 버무린 떡이 그렇게나 맛있었다. 짭짤함과 달달함이 조화로우면서 몰캉한 식감까지 완벽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맛이 잊히지 않는다. 또 먹어 볼 기회가 있을까?
어느 정도 허기를 면한 후에는 신오쿠보로 향했다. 이날 모치츠키 대회만큼이나 우리에게 중요했던 일정이 있었으니, 바로 떡볶이 수혈이다. 목적지는 엽기떡볶이. 약 3주 만에 마주한 떡볶이는 그 모습도, 맛도, 실로 감탄스러웠다.
이날 신오쿠보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휴일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그 수가 많았다. K-POP 아티스트의 굿즈를 파는 가게나 한국 로드샵 화장품 매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과 반가움을 느꼈다.
광대뼈가 아플 정도로 많이 웃었던 하루다. 일본에서의 1년을 함께하게 될 동생들의 존재가 참으로 고맙다. 올 한 해 자체가 나에겐 너무나도 큰 선물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내일은 재배송되는 우편을 받는 날이다. 이번에는 절대로 놓치지 않으리라. 그리고 봄학기 개강 전 마지막 휴일이기도 하다. 내일 하루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고민하며 하루를 마쳤다.
D+21
2018년 4월 8일, 일요일
봄학기 개강 전 마지막 휴일
기분 좋은 나들이, 신주쿠를 마음껏 누비자
재배송된 우편물을 성공적으로 받으며 하루를 열었다.
메지로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서 맞이하는 첫 학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첫 학기, 첫 해외 학교 생활. 많은 것이 처음인 상황에서 오늘을 수식하는 말은 유일하게 마지막이다. 바로 '봄학기 개강 전 마지막 휴일'이라는 수식어다.
그래서였을까? 오늘 하루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온전히 매 순간을 즐기고 싶었다. 마음속에 그 소망이 가득해지던 순간, 창문 밖을 바라보니 하늘이 파랬다. 안 나가면 후회할 만큼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래, 나가야겠다. 나는 파란 하늘을 만끽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잖아.
카메라를 챙겨 신주쿠역으로 향했다. 그저 가볍게 돌아다니고 싶었기에 멀리 나가지 않았다. 눈이 트일 만큼 하늘이 파랗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날이었다. 보아의 새 앨범 수록곡들을 들으며 신주쿠교엔 옆쪽으로 해서 발길 닿는 대로, 마음껏 걷고 왔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로손에 들러 저녁거리를 샀다. 오늘 하루의 마무리를 함께할 메뉴는 가라아게 도시락과 햄치즈 크로와상.
개강 준비를 하다가 라이프에서 A4용지 한 묶음을 사 왔다. 한 묶음 당 500장이 들어 있었고, 가격은 319엔이었다. 메지로대학에서 문서를 인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도서관의 컴퓨터와 프린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단, 프린트하는 데에 필요한 종이는 학생 자신이 직접 챙겨야 한다. 앞으로 도서관 프린터도 사용할 겸 종이 구매 완료. 왠지 마음 한 구석이 든든해졌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일상을 펼쳐야 한다. 내 안의 중심을 잃지 말도록 하자.
차분하고 침착하게, 나의 삶을 살아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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