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8. 11:38ㆍ일본 교환학생/#3. Tokyo_Life
D+29
2018년 4월 16일, 월요일
개강 2주 차, 시작!
요즘 도쿄의 날씨는 정말 가늠하기 힘들다. 분명 낮에는 '아, 이제는 가디건이 더운 날씨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밤에는 '아, 가디건을 안 입으면 바로 감기에 걸리겠구나'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한다. 내일은 어떤 날씨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개강 2주 차가 되었다. 어학당 수업은 이미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진도를 나가기 시작했기에 새로운 감정을 느끼지는 않았다. 이전과 달라진 변화가 있다면, 강의실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것과 교내에 새 학기의 분위기가 가득해졌다는 것이 있겠다. 교내 건물 곳곳에 붙어 있는 동아리 홍보 전단지가 새 학기만의 감성을 자아내고 있었다.
전공 수업인 '미디어론'은 아직까지는 오리엔테이션의 느낌이 많이 들었다.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인 만큼 메지로대학 미디어학부에 대한 소개가 오늘 수업의 주를 이뤘기에 그랬던 듯싶다. 그래도 나름 수업이었기에 리액션 페이퍼도 작성해서 수업 후에 제출해야 했다. 한국에서는 작성해 본 적이 없었기에 신기했다.
모든 수업을 마치고 같은 수업을 들었던 학우들과 함께 맥도널드에 갔다. 길을 나서기 전에 학우 한 명에게 섬유유연제를 샀다. 무려 200원이라는 은혜로운 가격에 말이다. 더불어, 멸치볶음과 장조림, 한국 봉지라면도 받았다. 학우의 등에서 후광이 비추는 듯했다. 이곳에 와서 모교 학우들에게 여러모로 많이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도쿄에서 지내는 동안 고마운 학우들과 즐거운 시간을 쌓아가고 싶다.
오늘은 양상추베이컨버거를 주문했는데 두께가 굉장히 얇아서 당황스러웠다. 다음부터는 치킨버거만 시키리라 소소하게 결심해 보았다. 기숙사로 돌아가기 전에 라이프에서 이것저것 장도 봤다. 개인용 소금을 샀고, 큰맘 먹고 연어회도 사 보았다. 고추냉이를 얹어 먹는데,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나의 구글 지도에 북마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과제량과 공부량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개강 2주 차에 들어서니 일상의 온도도 함께 높아지는 듯하다.
'어떤 형태로든 나 자신에게 책임을 다하자'는 생각만이 가득한 요즘이다. '책임'이라는 말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그 책임을 다하는 과정에는 분명 즐거움도 함께한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나는 나의 책임을 다하는 매 순간을 얼마든지 즐기고자 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더.
29일 차다. 앞자리 숫자가 바뀌기 하루 전이다. 나의 항해는 순조로이 진행 중이다. 나는 지금의 내가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고, 언제나 어느 상황에서나 나 자신을 응원하며 나아갈 것이다.
D+30
2018년 4월 17일, 화요일
일본 생활 30일 차에 진입하다
도쿄에 온 지도 어느덧 30일째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지나다니. 한 달은 유유히, 그러면서도 힘차게 흘렀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나의 삶은 순조롭게 제 모양을 갖추어 가고 있다.
모교 학우가 준 멸치볶음과 장조림으로 볶음밥을 해 먹었다.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밥을 볶아 먹는다. 반가운 음식을 맛보면 마음 깊숙한 곳에 감동의 물결이 일렁일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는다.
전공 수업 '미디어사회특강3'에서 영화 '트루먼쇼'를 봤다. 영화를 시청하기 전에 교수님께서 이 영화를 본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시길래 손을 들었는데, 나밖에 없어서 머쓱했다. '한일번역연습'에서는 본격적으로 진도를 나가기 시작했다. 몰랐던 사실을 많이 배워서 흥미가 부쩍 난다.
일과를 끝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와 저녁을 해결했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지난번에 사 둔 컵누들 똠얌꿍 맛으로 결정했다. 똠얌꿍 자체도 먹어 본 적이 없고, 똠얌꿍 맛의 무언가를 먹어 본 적은 더더욱 없으니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한 젓가락 먹어 보았다. 그 맛은...... 바로 불닭볶음면 컵라면을 뜯었다. 아무래도 나의 취향은 아닌가 보다.
어학당 수업 숙제를 하다가 몸도 움직일 겸 로손에서 디저트를 사 왔다. 마침 로손 우치 카페(Uchi Cafe)에서 고디바와 손을 잡고 다양한 디저트를 출시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참이다.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오늘은 마카롱만 사 보았다. 한 개는 아쉬울 테니 두 개를 샀다. 돌이켜보면 잘한 선택이었다. 초콜릿은 늘 옳다. 기숙사로 들어가기 전, 자판기에서 밀크티도 뽑아 마셨다. 지금껏 오후의 홍차만 마시다가 다른 밀크티를 마시는 건 처음이었는데, 그 맛이 굉장히 좋았다. 새로운 밀크티를 알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 크다.
모든 것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잘하지만 여러 번 에너지를 들일지, 아니면 크게 한 번 들일지 고민하고는 한다.
아니면 고민할 것도 없이 그냥 둘 다?
D+31
2018년 4월 18일, 수요일
마의 수요일을 함께하는 디저트
흐린 풍경으로 하루를 열었지만, 오후가 되니 반가운 햇빛이 세상에 가득했다. 오후에 갑자기 좋아진 날씨 덕분에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파란 하늘에 눈이 절로 트였다.
수요일에는 어학당 수업 두 개와 교양 수업 하나를 듣는다. 오후 4시 쯤이면 학교에서의 모든 일과가 끝나는 날이다. 오늘은 수업을 다 듣고 기숙사 근처 로손에서 디저트를 사왔다. 이번에는 고디바 콜라보 파르페 하나랑 우치카페 우유 롤케이크 하나를 샀다. 기숙사 가까이에 로손이 있다는 건 일상에 큰 기쁨이 된다.
이번 봄학기 수요일이 왠지 '마의 수요일'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수요일마다 맞닥뜨리는 힘듦을 건강하면서도 즐겁게 넘길 방법을 찾아야 할 듯싶다. 매일매일이 꼭 즐거워야 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즐겁게 지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미래의 내가 후회할 것만 같다.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사흘간 수고한 만큼 내일부터 주말까지는 열심히, 그러면서도 여유롭게 놀리라 결심해 본다. 물론 내일 수업이 하나 더 남아 있고, 나를 기다리는 숙제와 공부들도 있다. 그렇지만 휴식도 필요한 법이니!
D+32
2018년 4월 19일, 목요일
고기 & 야채 충전의 날
여전히 일교차가 있긴 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춥지는 않았다.
메지로대학 신주쿠 캠퍼스에서 오후 수업을 다 듣고 나오면 마주할 수 있는 풍경들. '오후 6시로 향해가는 길목에서만 볼 수 있는 오후와 저녁 사이의 어딘가는 이런 빛깔을 띠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수업이 다 끝나고 모교 학우들과 함께 신주쿠 역 근처에 있는 샤브샤브집 '나베조(鍋ぞう)'에 다녀왔다. 우리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고기랑 야채 충전하기'. 아무리 삼시 세 끼를 다 챙겨 먹는다 해도, 모국에서보다는 고기와 야채를 많이 먹지 못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내가 생활하는 기숙사에서는 주방을 모든 기숙사생들과 함께 사용하기에 직접 요리한 음식을 보관하기에 불편한 감이 있다. 그렇게 아예 하루 날을 잡고 고기와 야채를 충전해 줘야 하기에 이르렀다.
신주쿠 나베조의 이용 시간은 100분이었다. 400엔을 추가해서 음료수도 마셨고, 전부 다 해서 인당 3240엔이 나왔다. 유학생에게는 큰 다짐이 필요한 가격이어지만, 그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고기와 야채를 양껏 먹었다. 후식으로 오챠즈케와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2022년 11월 현재, '나베조(鍋ぞう)'는 '모모 파라다이스(モーモーパラダイス)'로 상호명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름만 바뀌었을 뿐, 이곳에서는 여전히 맛있는 샤브샤브를 맛볼 수 있다. 신주쿠에서 야채와 고기를 충전하고 싶다면 한 번쯤 가보아도 좋겠다.
기숙사로 돌아갈 땐 다 같이 걸어갔다. 신주쿠 역부터 메지로대학 기숙사까지 가는 길에는 골목길이 좀 많을 뿐, 꽤 가깝다. 혼자 걷는 길이 아니라 더 가깝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모교 학우들과의 시간은 유쾌함 그 자체다. 광대뼈가 아플 만큼 많이 웃었다. 고기와 야채뿐만 아니라 즐거움도 충전했다.
내일은 나름대로의 일정과 계획을 세워 놨는데, 생각이 바뀔 듯 말 듯 하다.
D+33
2018년 4월 20일, 금요일
하루하루가 모여 빚어내는 든든함
더웠다. 아직 4월인데 더위를 겪다니. 여름에는 얼마나 더 더우려고 이러나? 기온이 갑자기 높아져서 그런지 비염 증세도 조금 나타났다. 당분간 조심해야겠다.
한국에서 온 EMS가 도착했다. 박스 겉면에 있는, 엄마의 글씨가 반가웠다.
이전에 계획했던 일정을 전면 수정해서 낮에는 그릇을 비롯한 식기류와 몇몇 생필품을 사러 신주쿠 역으로 나갔다. 지난번에 둘러보기만 했던 프랑프랑에 다시 갔다. 그리고 심플한 볼과 파란색 접시, 그리고 포크와 버터 나이프를 구입했다. 파란색과 깔끔함,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그릇 무게가 꽤 나간 데다 날씨가 더워서 기숙사 돌아오자마자 그대로 침대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피곤했는지 금세 잠이 들었다. 깜빡 눈을 붙이고 다시 휘적휘적 일어나 장을 보러 라이프에 다녀왔다. 2리터짜리 생수 세 통을 샀기에 손목에 무리가 가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래도 나름 노하우가 생겼다고 지난번보다는 손목이 덜 아팠다. 이 또한 이곳에서의 삶을 잘 꾸려가고 있다는 증거겠지.
오늘 스쳐간 수많은 생각 중 하나. '신주쿠가 이케부쿠로보다 덜 붐비는 거 같은데?'
나는 더위에 약하다. 그러니 앞으로는 섣불리 밖에 나가지 말아야지. 그 대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가리라. 더위 하나 때문에 외출 자체를 단념하기에는 아직 못 가본 곳이 너무나도 많다.
D+34
2018년 4월 21일, 토요일
기숙사에서 알찬 시간 쌓아가기
하루 종일 기숙사에서만 있었다.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을 때 살짝 더운 기운이 느껴지긴 했는데, 실제로 바깥에서 느끼는 날씨는 어땠을까.
낮에는 나만의 작업 공간을 확보하리라 마음먹고 책상을 정리했다. 메지로대학 토와국제기숙사2(2료)에 제공된 책상은 벽 한 면을 가득 채울 만큼 가로로 길다. 그래서 책상 위에 나름대로의 구역을 나눠 수납공간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작업 공간을 많이 확보하는 게 목표였다. 오늘 정리를 하면서 그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해서 마음이 한결 가볍다. 여기서 생활하며 느낀 점 하나는, 바로 책도 파티션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얼떨결에 화장실 세면대도 청소했다. 머리카락을 제거할 요량으로 손을 댔다가 배수구 깊은 곳까지 아예 뚫어 버리고 나왔다. 예상치 못한 전개였지만, 해내고 나니 속은 시원하다.
D+35
2018년 4월 22일, 일요일
나만의 장면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
일요일이다. 오전은 기숙사 방을 청소하고 숙제도 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냈다. 일상을 차곡차곡 쌓아 본다.
오후에 잠시 마트에 다녀왔는데, 해가 어느 정도 넘어간 시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더웠다. 오늘 낮 기온이 많이 높긴 했나 보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는 로손에 들러서 저녁 식사 거리도 사 왔다. 이곳에 와서 편의점 파스타를 즐겨 먹는 중이다.
일상을 완성하는 수많은 장면들 속 찰나에는 무한한 매력이 스며 있다. 마트 가는 길에 코끝을 스쳐 지나간 꽃향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조우한 하늘, 그리고 그 하늘을 간직하고자 카메라를 들었을 때 지나간 까마귀 한 마리. 이 모든 것은 일순간이다.
이렇게 또 한 주가 끝나간다.
수고했어.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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