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23. 11:39ㆍ일본 교환학생/#3. Tokyo_Life
교환학생 출국 D-day & 교환학생 일상 D+1
2018년 3월 19일, 월요일
일본 교환학생으로서의 삶, 시작.
출국 준비까지 바삐 달렸다. 막상 타국으로 갈 준비를 하면서도 '과연 출국하는 날이 올까?' 하는 생각을 이따금씩 하곤 했다. 그렇게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그날이 왔다.
새벽에 집을 나서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약 1년간은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계획이었기에 부모님이 공항까지 동행해 주셨다. 출국장으로 가기 위해 부모님과 헤어져 줄을 서는데, 눈물이 났다. 안 울 줄 알았는데. 헤어짐은 언제나 마음을 이상하게 만든다.
일본으로 가는 비행편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했다. 목적지는 도쿄 나리타 공항. 배를 든든하게 채우기 위해 기내식도 맛있게 먹었다. 음악도 듣고, 기록도 하다 보니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비행기에서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 덥다.' 모국을 떠나 왔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날의 도쿄는 무척이나 흐리고 습했다. 내가 1년간 수학할 메지로대학까지 혼자 가야 했다면 막막했을 만큼 날씨가 궂었지만, 감사하게도 메지로대학 국제교류과 측에서 유학생들을 위해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 주셨다. 사전에 공지받은 대로 약속 장소에서 모여 버스를 타고 학교까지 이동했다.
기숙사에 가려면 비탈길을 올라야 했다. 42kg에 육박하는 짐을 어떻게 옮겨야 하나 걱정이 컸는데, 메지로대학 유학생 서포터즈 NEXT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무사히 짐을 옮길 수 있었다. 그저 짐을 옮겼을 뿐인데 몇 개월치 팔 운동을 해낸 느낌이다.
기숙사는 아담하고 깔끔했다. 나는 1인실을 사용했는데, 혼자 사용하기에 나쁘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화장실도 방에 있어서 생활에 부담이 덜어지는 느낌이었다.
(*메지로대학 기숙사에 대해서는 따로 자세히 기록한 바 있다.)
[메지로대학 / 일본 교환학생] #1. 토와국제기숙사2(桐和国際寮2) - 유학생 기숙사
도쿄 메지로대학 소개 콘텐츠의 첫 번째를 장식할 건 바로 메지로대학 기숙사 다. 참고로, 이 포스팅에서는 내가 생활하는 기숙사인 '토와국제기숙사2(桐和国際寮Ⅱ)' 대해서만 다룰 예정이다
yusarchive.tistory.com
비행에 차질이 생겨서 늦게 도착한 학생들도 있었다. 그래서 느즈막히 학생 식당에 모였고, 다같이 학교 측에서 나눠준 도시락을 먹었다. 배가 많이 고팠던 참이라 쓱싹쓱싹 남김없이 먹었다. 아, 우메보시는 제외.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NEXT의 인솔 하에 장을 보러 갔다. 프랜차이즈 슈퍼마켓인 라이프 오치아이미나미나가사키점과, 우리가 잘 아는 다이소에서 장을 봤다. 살 게 많았지만, 당장 생활하는 데에 필요할 물건만 간단히 사왔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을 내디딘 날이었다. 하루도 안 되어서 설렘과 막막함을 모두 발견한 나에게 축하를 건넸다. 이제 노를 저으며 나아갈 일만 남아 있었다.
D+2
2018년 3월 20일, 화요일
메지로대학에서의 공식 일정 시작
신청서 작성, 캠퍼스 투어, 기숙사 오리엔테이션
역시나 흐린 날이었다. 이날 도쿄 신주쿠의 낮은 온통 비였다. 추위는 덤이다.
메지로대학에서의 공식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먼저, 건강보험 서류를 비롯한 각종 신청서를 작성했다. 기숙사별로, 그리고 층별로 나눠 앉았고, NEXT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다.
서류를 다 작성한 후에는 NEXT의 인솔 하에 메지로대학 캠퍼스 투어를 했다. 학교 곳곳에 가슴이 탁 트일 만큼 넓은 전경을 볼 수 있는 스팟이 몇 있었다. 날이 흐린 탓에 맑은 하늘을 보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날씨가 좋을 때마다 자주 와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오후에는 기숙사 오리엔테이션이 있을 예정이었다. 오후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편의점에서 이불값과 3, 4월 기숙사비를 납부했다. 공과금을 편의점에서 납부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신기했다. 때마침 점심을 먹을 타이밍이라 이것저것 사와서 점심을 해결했다. 그리고 이날 나는 삼색당고에 제대로 빠졌다.
기숙사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생활하는 데에 있어서 알아둘 사항을 안내받았다.
42kg + a의 짐이 어제 근육에 남기고 간 여파와 함께 오늘 생필품까지 바리바리 사오느라 팔이 빠질 거 같은 하루였다. 그래도 내일은 휴일, 온전히 나의 시간이다. 신나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잠을 청했다.
D+3
2018년 3월 21일, 수요일
춘분(春分の日), 이케부쿠로에서의 하루
드디어 스이카를 구입하다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휴일(休み). 이날은 춘분이었는데, 일본에서는 춘분이 공휴일이다. 궂은 날씨와 함께 하루를 열었지만, 휴일이라는 좋은 기회를 놓칠세라 주저없이 이케부쿠로로 향했다.
이케부쿠로 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스이카를 구입하는 것이었다. 스이카에는 이름과 전화번호를 모두 새길 수 있었지만, 유심을 개통하지 않았기에 그냥 이름만 새겼다. 나의 발에 날개를 달아 줄 친구. 잘 부탁해.
이날 도쿄에는 어제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렸고, 점점 날이 추워지면서 그 비가 진눈깨비로 바뀌기까지 했다. 그래도 휴일을 즐기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스이카도 만들었겠다,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이케부쿠로에서 시간을 보냈다.
기숙사로 돌아와서 잠깐 눈을 붙이고, 추가로 장을 봐 왔다. 장을 볼 때마다 여행으로 떠나온 것이 아니라 생활을 하러 왔다는 걸 실감한다.
D+4
2018년 3월 22일, 목요일
각종 오리엔테이션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이었다. 본격적인 일정은 오후부터 진행되었기에, 오전에는 기숙사에서 이것저것 정리를 했다.
지갑을 정리하던 중에 발견한 중국 동전. 1엔 틈에 섞여 온 듯했다.
어느 정도 정리를 마치고 3료(3기숙사) 근처에 있는 세븐일레븐도 가 봤다. 규모가 꽤 컸다.
오후가 되어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됐다. 모두 여권을 제출해야 했는데, 제출할 때마다 한 명씩 자기소개를 했다. 발표는 언제나 낯설기에 심호흡이 필요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리엔테이션. 유학생에게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오리엔테이션은 국제교류과와 한국어학과에서 나누어 진행됐다. 국제교류과에서 진행한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자전거를 이용하기 위해 알아 둬야 할 것, 지진 등의 상황에 대비한 안전 관련 정보, 은행 계좌 개설 정보 등을 안내 받았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땐 더 집중해서 들었다. 재난 상황에서는 반드시 머리를 보호하고 절대 다치지 않을 것을 강조하셨다.
한국어학과에서 진행한 오리엔테이션에는 학과 교수님이 직접 오셔서 설명해 주셨다. 한국어학과 전공 수업을 보조하는 'SA'도 신청할 수 있었는데, 나도 신청해 보았다. 결과는 과연?
그 외에 '커리어 디자인'에 대한 설명도 들었는데, 좀 더 고민하기 위해 결정은 보류했다. 왜냐하면 금요일 공강은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장을 보러 라이프에 가는데, 하늘이 새파랬다. 일본에 도착한 이후로 처음 보는 맑은 풍경이었다. 기분이 괜히 들떴다. 라이프에 가는 길에 오치아이미나미나가사키역 바로 옆에 있는 라멘집에도 가 봤다.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라멘을 먹는 중에 벽을 타고 있는 또다른 생명체와 아이컨택을 했다. 아, 안녕...?
장을 보고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시간표를 짜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시간표를 만들어 보는 일은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즐겁기는 매한가지다.
나 스스로 해내야 할 일이 늘어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다음 주에 있을 테스트 공부부터 시간표 계획, 수강 신청, 그리고 매일 해내야 할 나만의 약속 리스트까지. 점점 할 일이 늘어나면서 내가 책임져야 할 것도 함께 늘어나고 있지만, 내가 원했던 것이기 그저 좋다. 즐겁다.
D+5
2018년 3월 23일, 금요일
이케부쿠로에서의 시간
지진 체험, 그리고 모교 학우들과 함께 보내는 저녁
학교 측의 공식 일정인 '지진 체험 교육'이 예정된 날이다. 장소는 이케부쿠로 지진 체험관.
학교를 나서기 전, 국제교류과에서 건강보험증서를 받았다. 신기했다. 날이 거듭될수록 도쿄에서 산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진다.
건강보험증서 배부가 끝나고 곧장 이케부쿠로로 향했다. 지진 체험관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지진 체험관에는 강사님의 설명이나 교육 영상물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교육이 제공되고 있었다. 소화기 화재 훈련, 어두운 곳에서의 화재 상황을 가장한 대피 훈련, 지진의 강도를 직접 체험하는 것이 있었다.
이 중에서 마지막 교육, 지진의 강도를 직접 체험한 시간이 가장 기억에 크게 남아 있다. 체험관 측에서 세팅해 놓은 환경에서 도쿄 대지진, 고베 대지진, 동일본 대지진 시의 실제 진도에 맞춰 땅이 흔들리는 것을 체험하는 교육이었다. 세 지진 모두 진도는 7로 동일했지만, 느껴지는 건 아예 달랐다. 나는 동일본 대지진의 진도를 체험했는데, 잠깐이었지만 정신이 없을 만큼 세게 흔들렸다.
지진 체험을 끝으로, 이날 예정된 학교 일정은 모두 끝이 났다. 이케부쿠로에 나왔는데 그냥 돌아가기엔 아쉽다. 모교 학우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다같이 정식으로 모인 자리였다. 이 친구들과 함께 1년 동안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이케부쿠로로 나온 만큼 선샤인시티에 갔다. 도큐핸즈를 갔는데, 가는 길에 가수 레인즈의 행사를 봤다. 연예인은 어느 나라에서 보든 신기하다. 저녁 식사는 'Sunroom(さんるーむ)'에서 했다. 토로로(마를 간 것)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포켓몬 센터도 구경했다.
아직 닷새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하루하루 이곳에서만의 쾌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단 1년이라도 내일을 기대하는 삶을 선물받은 거 같아 감사하다. 너무 이른 판단일 수 있지만, 그래도 이 느낌과 이 기분을 계속 가져가고자 한다면 내 삶의 색깔도 그에 비슷해지지 않을까?
D+6
2018년 3월 24일, 토요일
일본에서의 첫 주말은 룰루랄라 아키바 나들이
지난번에는 이케부쿠로를 다녀왔으니 이번에는 아키하바라를 다녀오기로 결정!
한껏 부푼 마음을 안고 밖으로 나섰는데, 날씨가 참 좋았다. 볕이 좋고 바람도 선들선들해서 마치 나들이를 떠난 기분이었다. 기숙사에 나카이 역까지 가는 길목에 꽃도 많이 피어 있었다. 정말 봄이 왔구나!
아키하바라에 도착해서 굿즈 숍 몇 군데를 구경하고, 구글 맵스에 북마크해 뒀던 카페에 갔다. 두툼한 팬케이크를 먹어 보고 싶어서 북마크해 둔 곳이었다. 내가 주문한 메뉴는 초코 견과류 팬케이크 세트. 팬케이크 양이 정말 많았다. 단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물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양이 많았다.
당을 (과다)충전하며 무료 와이파이도 적극 활용했다. 이 카페는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하는 곳이었다. 유심을 개통하지 않은 나로서는 그저 감격스러웠다. 밖에서 데이터를 쓸 수 없었던 상황이라 답답했기에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D+7
2018년 3월 25일, 일요일
요요기공원에서 나홀로 하나미(花見)
지난번 휴일에 이어, 또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벚꽃 시즌이 왔다. 마침 날씨도 꽃 구경하기에 좋을 만큼 화창했다.
출사도 나갈 겸 요요기 공원으로 향했다. 어딜 가든 사람이 많을 게 불 보듯 뻔했기에 나름 요요기 공원이 한적하다는 리뷰를 보고 정한 행선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많은 인파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그래도 요요기 공원은 벚꽃과 푸른 나무들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교통편은 히가시나카노 역에서 야마노테선을 이용했다. 역으로 가는 길에 칸다가와(神田川)를 지났는데, 여기도 벚꽃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벚꽃을 찍기 위해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 나오신 어르신들이 많았다. 벚꽃 핫플레이스가 기숙사 가까이에 있었다니,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야마노테선 요요기 역에서 내렸다.
많은 사람들이 벚꽃을 맞이하고 있었다.
요요기 공원은 넓고 예뻤다. 꽃과 나무가 정말 많았다. 그런데 사람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 내가 벚꽃을 보러 간 건지 사람을 보러 간 건지, 기숙사에 돌아와서도 잘 분간이 안 됐다. 언젠가는 평일 오전에 요요기 공원에 가보리라, 마음먹어 본다.
기숙사로 돌아와 로손 표 나폴리탄과 메론빵으로 점심을 먹었다. 호로요이 한 캔도 살짝 곁들였다. 청포도 맛이었는데, 상큼한 포도 향이 매력적이었다.
국적 불문, 남녀노소 모두가 두 팔 벌려 벛꽃을 환영하고 있다. 물론, 나도 포함이다. 지는 꽃이 아쉬워 슬퍼하지 않고, 꽃이 피어 있는 모든 순간들을 아끼며 봄꽃이 만발한 풍경을 더 많이 사랑해 줘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나 또한 이곳에서 보내는 모든 나날을 더 소중히 여기며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한 주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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