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환학생] 2주차

2022. 10. 2. 12:33일본 교환학생/#3. Tokyo_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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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교환학생

 

D+8

2018년 3월 26일, 월요일

드디어 세상과 연결되다

주민표 신청, 라인 모바일 개통, 도쿄도청 나들이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하루로 일본 교환학생 2주차를 연다. 기념할 만한 일은 두 가지. 하나는 유심을 개통함으로써 어디서든 인터넷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여정 하나가 시작되었다는 것.

 

도쿄 교환학생도쿄 교환학생

 

메지로대학 유학생 서포터즈 NEXT의 동행 하에 신주쿠 동쪽출구 부근에서 행정 업무를 보며 하루를 열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신주쿠 구역소. 주민표를 발급받았다. 비용은 300엔. 내가 진짜 유학을 오긴 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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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으로 향한 곳은 빅클로(ビックロ). 빅카메라 건물 지하 2층에서 유심을 개통했다. 나는 편리함과 귀국 상황을 고려해서 라인 모바일 유심을 선택했다. 기본 요금은 1690엔으로, 매달 1일에 돈이 빠져나갈 예정이다. 이제 밖에서도 인터넷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되었다.내가 세상과 연결되었다니, 진심으로 감격스러웠다.

 

 

유심을 개통한 후에는 미리 신청해 둔 도장을 찾으러 갔다. 도장을 확인해 보니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 다시 맡겨야 했다.

 

도쿄 교환학생

 

이로서 오늘 NEXT의 도움을 받아서 해야 할 일들은 모두 완료. NEXT와 헤어지고 모교 학우들과 신주쿠에서 시간을 보냈다. 일단, 빅클로 건물 근처의 파스타집 'La Verde'에 가서 점심 식사 시간을 가졌다. 나는 베이컨 까르보나라를 먹었다. 이제껏 봤던 베이컨 중에 가장 두꺼운 베이컨이 가득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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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처음으로 프랑프랑에도 가봤다. 심플한 디자인부터 아기자기한 디자인까지, 다양한 소품이 많은 곳이었다. 분명 앞으로 생활하다 보면 식기가 필요해지는 순간이 올 텐데, 그땐 이곳에서 필요한 식기들을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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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해질 때 즈음에 맞춰 도쿄도청 전망대로 향했다. 도쿄에 온 이후로 처음 가 보는 전망대였다. 마음이 굉장히 설렜다.

 

일본으로 교환 유학을 오면서 나 자신과 많은 약속을 했다. 그중 하나는 '한 달에 적어도 한 번은 전망대 가기'였다. 그리고 나는 오늘 도쿄도청에서 그 약속의 시작을 열었다.

 

전망대는 나의 마음과 정신을 환기시키고, 고여 있던 생각이 다시금 흐를 수 있게 해주는 장소다.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나는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이 선순환은 내가 교환 유학을 떠나오며 매달 전망대에 가겠다는 약속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토록 바라온 유학 생활을 하면서 생활 자체에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 타성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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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나카이역 근처의 빵집 '선메리(Sunmerry's, サンメリ)'에 들렀다. 이곳의 빵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다. 이날 고른 빵은 딸기몽블랑. 밤을 일부러 찾아 먹을 만큼 좋아하진 않는다. 그렇기에 몽블랑도 먹어볼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 딸기몽블랑은 맛이 꽤 괜찮았다. 달짝지근한 딸기와 부드러운 밤 크림의 조화가 괜찮았고, 밑부분에 있는 빵 자체도 맛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거나 모든 것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땐 반드시 스스로에게 질문 던지기.

'왜 교환학생에 도전한 거야?'

 


D+9

2018년 3월 27일, 화요일

길을 잃었다

 

도쿄 교환학생

 

산뜻한 휴일인 만큼 산뜻한 샐러드로 아침을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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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는 나들이만큼이나 장을 보러 가는 것도 많이 한다. 이날도 역시나 라이프로 향했다. 가는 길에 봄꽃 풍경도 즐겼다. 이땐 앞으로 무슨 일이 펼쳐질지 몰랐다.

 

마트로 향하던 가벼운 발걸음처럼 돌아오는 길도 산뜻했다면 좋았으련만, 그러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주 제대로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기숙사에서 마트까지 가는 길은 다 익혔는데,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 문제였다. 짐이 꽤 무거운 상황이었는데, 정처없이 헤맸다. 심지어 날씨가 따뜻했기에 금세 더워졌다. 땀은 비오듯이 쏟아졌고, 가뜩이나 무거운 짐은 수십 톤에 달하는 철근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기숙사까지는 무사히 도착했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쓰러지듯 누웠다. 짐 정리는 꿈도 못 꿨다. 기진맥진한 와중에 손목이 아팠다. 많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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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라이프에서 사온 야키소바 컵라면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음, 웬만해서는 이 제품을 다시 먹을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멋진 도전이었다.

 

실생활과 맞닿은 장소에 오가는 길은 어느 정도 익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길을 헤매는 것 자체는 무섭지 않다. 헤매는 와중에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나만의 새로운 지도가 완성되기도 하기에 길을 헤맨다는 건 어쩌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날의 경험은 얘기가 다르다. 나의 양손에는 무거운 짐이 들려 있었다. 그 짐들은 타협이 안 된다. 오롯이 내가 책임져야 하는 짐들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길을 헤매던 그 시간이 많이 혼란스럽고 답답했다.

 


D+10

2018년 3월 28일, 수요일

어학당 반 배치 테스트(プレイスメントテスト)

이케부쿠로 나들이 - 다이소, 루미네 ABC마트, 도큐핸즈

 

낮이 제법 덥고 일교차가 컸다.

 

도쿄 교환학생

 

메지로대학 어학당 'JALP'의 반 배치 테스트가 있는 날이었다. 테스트는 크게 지필 받아쓰기 시험과 컴퓨터로 보는 시험, 두 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지필로 본 받아쓰기 시험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다가 컴퓨터로 시험을 볼 때 기계가 말썽을 부렸다. 내가 시험을 봤던 컴퓨터에도 문제가 있었다. 테스트는 테스트인지라 살짝 초조했다.

 

테스트를 마친 후에는 이케부쿠로에 갔다. 일단, 운동화를 샀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오래 걷고 싶을 때 신을 수 있게 런닝화로 샀다. 한국에서 가져온 신발들은 전부 밑창이 얇아서 오래 걷고 나면 다리가 많이 붓고 아팠다. 오늘 산 신발은 꽤 푹신하다. 이젠 오래 걸어도 다리가 덜 아플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 신발을 구입하는 데에 할당해 둔 금액을 살짝 초과했지만, 이 푹신한 신발을 신고 이곳저곳 즐겁게 돌아다닐 미래의 나를 생각하면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나온 김에 스이카도 충전하고, 인주가 들어있는 도장 케이스를 사러 도큐핸즈에 갔다. 이제 택배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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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나카이역 옆 하천을 따라 피어 있는 벚꽃도 한 컷 찍어 보았다. 꽃이 참 예쁜 시기다. 참고로, 이 하천의 이름은 '묘쇼지 하천(妙正寺 川)'이다.

 

어째 손목이 점점 더 시큰거리고 저려오는 듯했다. 운동화를 구입함으로써 다리를 해결했으니, 이제는 손목을 해결할 차례다. 내일은 손목 테이핑용 테이프를 사서 반드시 왼쪽 손목에 테이핑을 하리라. 원래 오늘 샀어야 했는데.

 

손목아, 제발 내일까지만 버텨줘.

 


D+11

2018년 3월 29일, 목요일

웃음으로 꽉 찬 하루

모교 학우들과 신주쿠교엔으로 꽃 구경하고 온 날

 

날씨가 많이 더워졌다. 반바지나 얇은 청바지를 입어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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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교 학우들과 신주쿠교엔으로 벚꽃을 보러 가기로 한 날. 약속 시간 전에 부랴부랴 라이프에 가서 바디 워시를 사고, 다이소에도 들러서 손목 테이핑용 테이프와 포스트잇을 샀다. 시큰거리는 손목을 조금이나마 안정시킬 수 있게 되었다.

 

도쿄 교환학생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모교 학우들을 만나 신주쿠 교엔으로 향했다. 입장료는 200엔. 입구에서부터 많은 인파가 몰렸다. 하지만 내부는 또 그만큼 넓었기에 입장하고 나서는 붐빈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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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엔을 거닐며, 많은 사람들이 온 힘을 다해 벚꽃을 맞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올 한해 도쿄에 살면서 신주쿠 교엔의 사계절 풍경을 직접 보고 사진에 담아내 보고 싶다는 소망도 생겼다. (그리고 나는 그 소망을 이뤘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벚꽃이 눈 내리듯 휘날리는 장면을 마음껏 볼 수 있어 행복했다. 벚꽃을 다 즐긴 후에는 센다가야문으로 나가서 시부야까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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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마이센 아오야마 본점에서 돈카츠를 먹는 걸로 해결했다. 유명한 곳인 만큼 웨이팅이 있었지만, 회전율이 높은지 생각보다 일찍 들어갈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식당 내부가 참 넓었다. 음식 하나하나가 정말 맛있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플라잉 타이거를 구경하면서 필요한 물건을 몇 가지 샀고, 하라주쿠의 빈티지 숍을 구경하기도 했다. 다같이 뭉친 기념으로 프리쿠라도 찍었다.

 

돌이켜 보니 하루를 꽉 채워서 보냈다. 그리고 이날 많이 웃었다. 모교 학우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참으로 즐겁다.

 


D+12

2018년 3월 30일, 금요일

룰루랄라 금요일

신주쿠 루미네 다녀와서 도토루에서 시간표 짜기

 

어제와 달리 약간 쌀쌀했던 날이다. 따뜻하다가도 바람이 불면 금세 추워지는, 종잡을 수 없는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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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지로대학 어학당 'JALP'의 반 배치 테스트(プレイスメントテスト) 결과가 나왔다. 내가 받은 결과는 N1. JALP N1 수업을 들어도 됐고, N1S를 들어도 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간표를 짜고 수강 신청을 하는 일만 남았다. 원하는 학부 수업들을 선착순의 공포 없이 들을 수 있다는 데에서 오는 만족감. 모교에선 다루지 않은 주제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데에서 오는 설렘과 기대감. 아직 온전히 갖춰지지 못한 일본어 실력으로 인한 약간의 두려움. 지금의 나에겐 이 모든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그래도 긍정적인 감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니 되었다.

 

오후에는 잠깐 신주쿠에 다녀왔는데, 볕이 좋아서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교환학생부터 그 이상의 것까지, 꿈을 그리며 들어왔던 플레이리스트를 재생시켰다. 이 플레이리스트도 나에겐 전망대 같은 존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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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네에서 문구 몇 가지와 카드 지갑을 샀다. 문구도 좋고, 네이비 색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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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모교 학우들과 도토루에서 시간표를 짰다. 이날 주문한 메뉴는 아이스 벚꽃 라떼(아이스 사쿠라 라떼). 360엔이었다.

 


D+13

2018년 3월 31일, 토요일

3월의 끝

나폴리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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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끝나간다. 신주쿠 구역소에서 온 우편물을 받으며, 그리고 마트에서 사온 클렌징 폼과 더불어 늘어가는 생활용품을 보며 내가 단기 여행으로 온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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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마시는 오후의 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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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경, 갑자기 나폴리탄이 먹고 싶어졌다. 미치도록 나폴리탄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헐레벌떡 로손에 다녀왔다.

 

오늘로서 2018년의 3월이 끝났다.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해내서 뿌듯했다. 한편, 결산이 잘 안 맞고 계획하지 않은 소비를 한 점,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 잘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하다.'

요즘 머릿속에 가장 많이 맴도는 말들이다. 일상을 살다가 저 말들이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땐 잠시 멍해지면서 질문이 따라붙는다. '너는 지금 네 자신한테 책임을 다하고 있니?'

 

앞으로도 저 질문은 수십 번, 수백 번 반복될 것이다. 비단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내후년, 그 이후까지도. 어쩌면 죽을 때까지도 따라붙을 저 질문에 당당히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다.

 


D+14

2018년 4월 1일, 일요일

여유롭고도 여유롭게, 4월 시작

수강신청, 기숙사비 내고 동네 한 바퀴

 

어기적 일어나 아침부터 시간표를 고민했다. 수강신청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선착순이 아니니 마음은 한결 여유로웠다. 수강신청을 하며 네이비즘을 켜지 않아도 된다니,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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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달이 시작되었으니 로손에서 기숙사비도 납부했다. 중요한 과제를 끝낸 듯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기숙사로 바로 들어가기엔 아쉬워서 새로운 곳을 향해 발을 뗐다. 기숙사비를 내고 편의점을 나서면서 '아, 저기도 한번 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대로 나카이 역 방면으로 쭉 걸어간 것이 그 시작이었다. 나카이 역 부근 다리(나카이후지미 다리) 위로 올라가서 오치아이미나미나가사키 쪽까지로 해서 걸었다. 내친 김에 라이프에서 장도 보고,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도 사왔다 기숙사에 돌아와 햄버거를 먹은 후에는 야마노테선 투어 계획을 세웠다. 야마노테선 투어는 나의 교환학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단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올라가 평지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 그곳에서 마주친 햇빛은 따스했고 바람은 시원했다.

 

앞으로의 여정도 오늘과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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