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서점 여행] #6. 키치죠지, 다섯 번째 서점 여행

2019. 12. 20. 17:09테마 여행/18 & 19 도쿄 서점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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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키치죠지, 다섯 번째 서점 여행

일시: 2019년 1월 7일 월요일

 

도쿄 교환학생으로 큰맘 먹고 꾸렸던 테마 여행인 도쿄 서점 여행. 그 마지막은 키치죠지가 장식했다. 혼자 다녀왔고, 이번에도 역시나 단 한 곳의 서점만 염두에 두고 여행을 떠났다.

 

햐쿠넨(百年)

[햐쿠넨 주소]

〒180-0004 東京都武蔵野市吉祥寺本町2丁目2−10 村田ビル 2F

(일본 〒180-0004 Tokyo, Musashino, Kichijoji Honcho, 2 Chome−2−10 村田ビル 2F)

 

 

햐쿠넨(百年)은 예술 및 여행 서적을 주로 다루는 헌책방이다. 그래서 서점에서 가장 많이 보였던 책의 종류는 사진집이었다. 물론, 문학이나 역사, 철학 등의 장르도 다루고 있기는 했다. 그리고 헌책뿐만 아니라 신간도 함께 다루고 있었다.

 

여행자가 쉬어가는 책방

키치죠지 여행
키치죠지 헌책방 '햐쿠넨' / 유스블로그

 

서점은 그리 넓지 않다. 책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서점만의 역할을 다하는 만큼 내부 공간은 책으로 가득하다. 책이 가득한 만큼 손님이 앉을 만한 곳은 없었다.

 

하지만 햐쿠넨은 분명 방문자에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었다. 책꽂이 사이를 거닐며 책등 하나하나를 찬찬히 구경하는 자체가 이곳에서는 휴식이었다. 헌책에 켜켜이 쌓인 시간과 함께 책이 품은 고유한 이야기를 구경하다 보면 앉아야 할 필요를 잊을 만큼 몰입의 시간이 시작된다. 이는 햐쿠넨을 방문한 이에게는 또다른 형태의 휴식일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고.

 

햐쿠넨에 머물며 놀랐던 점은 공간 BGM으로 라디오 방송이 쓰였다는 점이다. 멜로디가 흐르던 중 갑자기 대화 음성만 나온다는 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전파를 타고 잔잔하게 들려오는 대화는 햐쿠넨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고 있었다. 햐쿠넨을 채우던 라디오 방송은 서점만의 플레이리스트 사이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다른 곡과 조화를 이룬다는 느낌을 선사했다.

 

물론 내가 갔을 때와 서점 사장님이 라디오 방송을 틀어놓았을 때가 우연히 맞물렸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또한 신선한 경험이자 배움이었다. 사람의 온기가 묻어있는 헌책, 사람의 온기에서 시작된 대화, 그리고 공간을 거니는 사람들. 이 셋이 어우러지며 사람만이 갖고 있는 따스함이 그 공간과 어우러지며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교환학생으로서의 시간에서 그 끝이 가까워지고 있었을 때 떠난 여행이었다. 도쿄 서점 여행의 마지막 공식 일정을 잔잔하게 마무리하라는 하늘의 뜻이었는지, 햐쿠넨은 고즈넉한 서점이었다.

 

일정을 잡고 움직였던 서점 여행 기록은 여기까지다. 하지만 내가 다녀온 서점들이 더 있다.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다녀오지는 않았지만, 일상을 살며 다녀온 곳들이 남아있다. 비공식적으로 다녀온 서점들도 이 카테고리 내에 기록하고자 한다. 돌이켜 보면 어찌됐든 다 여행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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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죠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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